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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그림쟁이들은 그림자까지 그려

쉬는 동안에 나의 작업실

나는 가끔 몸에 에너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느낌이 들면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마다 밤에 운동을 하곤 했는데 그게 어젯밤이었다.

근육 운동을 하기에는 밖에 날씨와 온도가 좋아서 런닝을 하기로 결정하고 런닝화를 차에서 꺼내 신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이번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산 후에 정말 좋게 사용하는 기능이 있는데 그 기능은 '노이즈 캔슬링'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이 기능을 경험했고 그다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 신기술을 지칠 대로 경험하고 있을 때 아직 나는 그 기능이 없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논에서 목이 터져라 울고 있는 개구리들과 불어오는 바람소리, 런닝화 밑창과 아스팔트 바닥과의 마찰음 그리고 심지어 나의 숨소리까지 나와 세상을 분리시켜주고 마치 음악과 나만이 세상에 남아있는 느낌을 들게 해준다. 이 얼마나 대단한 기술인가..! 이걸 빠르게 알고 있지 못하고 노래의 볼륨만 미친 듯이 올리고 있었다니 분하다.

이 기술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어제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면, 런닝을 한창 달리며 마무리 운동으로 푸쉬업과 복근 운동을 하고 있을 무렵 마침 빈지노의 'Always Awake'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사의 내용을 기억을 더듬어 정리를 하자면,

침착한 밤하늘 아래 사람들이 잠을 자며 꿈을 꾸는 시간에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의 근처라도 가기 위해 심장은 오늘만 살 것처럼 긴박하게 뛰며, 잠든 사람들보다 일찍 내일을 맞이한다.

조금 오그라들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음악을 늦게 시작한 나에게 너무나 와닿는 말이라 운동하면서도 머릿속에 가사가 쏙쏙 박혔다.

그중 가장 와닿는 가사의 내용은 "그림쟁이들은 그림자까지 그려"라는 가사였다.

나는 음악을 만들며 세워둔 목표가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목적을 세우고 음악들을 만들곤 했는데 이러다 보니 가끔 나의 슬픈 감정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시절이 있었다.

저 가사의 뒷 내용 "너가 음악을 한다면 끝까지 들어" 조금 의미가 다를 수 있지만 '음악을 한다면 밝은 앞면만 보는 게 아닌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까지 봐야 한다.'라고 나만의 해석을 했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있고, 반대로 그림자가 있어야 빛이 있다. 어두운 것이 있어야 밝은 것도 더욱 밝게 보이는 법.

그래서 슬픔을 표현한 음악을 만들고 발매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지금도 계속해서 내 음악에 행복하고 밝은 음악만 있으면 좋겠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지배하곤 한다.

하지만 빛이 한없이 밝아져도 빛이 비치는 그 뒤편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다면 그 빛은 그 존재 자체에 의미를 잃기에 나도 내 인생과 음악에 두 가지 모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

 

글을 적다 보면 점점 횡설수설 산만해지고 주제가 산으로 간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실제로도 맞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꾸준히 적다보면 내 생각을 더욱 명확히 깔끔히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열심히 꾸준하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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